국어교사가 말해주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공부법
한영고등학교 교사 김윤하
최근 대학수학시험 국어영역 문제를 접한 많은 학생들이 시험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점수가 나와 멘붕을 경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있다. 시험을 치른 학생들과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국어시험 문제가 아니라 과학시험 문제이고 철학논리 문제로 평상시 수업으로 완벽한 대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국어영역 공부를 기술적으로 요령껏 공부한 학생, 학원 및 인터넷 강사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공부한 학생, 국어 공부의 기본은 독해력을 기른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감으로만 주마간산식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특히 피해가 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국어영역 시험은 시험지 16페이지에, 글자 수는 2만~3만자, 200자 원고지 200장 분량의 지문의 길이와 난이도에 학생들의 기를 죽이는 시험이 되었다. 45문항의 문제수로 시간을 나누면, 국어영역 시험은 문항당 평균 107초 내에 풀어야 하는 스피드 시험이기도 한다.
최근 들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영역 시험은 단순한 국어교과 지식수준을 뛰어넘는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크게 나누면 이해 능력과 표현 능력을 테스트한다고 할 수 있는데, 출제 파트별로 독서, 문학, 화법 작문 중 택1로 구분할 수 있다. 행동영역으로 보면 사실적 이해, 추리·상상적 이해, 비판적 이해, 논리적 이해, 종합적 이해, 창의적 이해, 어휘력으로 분류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문학과 비문학이 3:7 정도로 출제된다. 다양한 검인정 교과서에서도 출제되고, 특히 및 EBS지문이 연계되지만 직접연계가 아닌 간접연계로 바뀌었고 그 비율이 50%이내로 축소되었다.
국어영역은 독서를 충분히 하지 않은 학생은 공부하기 곤란한 교과이다. 선생님이 담임을 한 학생 중에서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어 소개한다. 미술을 전공하는 이 학생은 국어영역 문제집을 풀어 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수능성적은 1등급을 받아 이화여대에 진학했다. 이 학생이 한 것이라곤 시간 날 때 마다 소설책을 읽은 것이 전부였다. 학생의 독서경험을 조사해 봤는데, 어머니께서 학생이 어릴 적부터 꾸준하게 독서를 시켰다고 한다. 학생 말로는 안 읽어 본 책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이 학생의 독서량이 어느 정도였을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필자가 한영고의 고3 담임교사를 했을 때, 국어영역이 모의고사 기준 4등급 수준을 받는 학생이 있었다.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끈질기게 문제를 풀고 내용이 확실하지 않아 애매하거나 독해가 힘든 지문이나 문제에 대해서 학생의 질문에 시달릴 정도로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이 학생은 기적적으로 1등급 성적을 받아 국어담담 교사이자 담임교사인 필자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필자의 동료교사 중 한 분은 고3 수험생인 딸에게 1년 동안 18권의 문제집을 풀게 하여 입시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랑을 했다. 그 동료교사의 딸은 물론 1등급을 획득했다.
반대로 수학영역, 영어영역은 곧잘 1등급을 받지만 국어영역은 3등급, 4등급 심지어 5등급까지 떨어지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
사교육이 가장 심하다는 강남 8개 고교의 수능성적표를 비교해 본 적이 있다. 수학영역은 1등급 비율이 10~15%정도였지만 국어영역은 6~8%였다. 확실하게 사교육 효과가 떨어지는 교과가 국어영역이었다. 수학, 영어영역과 국어영역은 성적의 상관도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최고로 공부를 잘했다고 평가 받는 과학고 학생들조차도 점수가 가장 나오지 않은 교과가 국어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수학, 영어영역에서 1등급을 척척 맞는 학생들이 국어영역에서만은 3, 4등급을 맞는 것을 보면 국어영역의 속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국어영역은 매일 공부해야 하는 교과이다. 모의고사 점수가 잘 나오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교과가 국어영역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언어가 없으면 인간이 사고할 수 없고 문명을 건설할 수도 없다는 말이다. 결국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 자체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다. 언어는 인간세계를 살아가는 문명인이라면 반드시 터득해야 하는 도구 교과이다.
국어영역 교과를 수학처럼 포기하는 학생은 없다. 그렇지만 자신의 점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난해한 교과이다. 확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고 때에 따라 감이 필요한 문제도 있다. 국어영역의 문학 분야는 인간의 정서를 다루기 때문에 맺고 끊음이 분명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장르의 특성을 알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국어영역 교과는 시험시간 관리도 중요하다. 시험 볼 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제 시간에 문제를 못 풀어내는 경우도 더러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확인하고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는 등 꾸준한 시간관리를 해야 한다.
국어영역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국어영역 교과는 공부하나 안 하나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변명만 하고 꾸준하게 공부하지 않는다면 국어영역 성적은 더욱 추락할 것이다.
본인 스스로 독서가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라면 후천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수능기출문제를 꾸준하게 풀어 문제의 수준과 출제경향을 익히고, 교과서만이라도 글의 구조를 따져가며 꾸준하게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런 다음 적은 분량이라도 양질의 문제집을 구입해 정성껏 꾸준하게 풀어 보고 학습피드백을 받는다면 국어영역 성적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특히 국어공부를 할 때, 국어공부의 기본이 글의 내용을 이해하고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는 독해력을 기른다는 점에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어공부를 할 때, 기교를 기르는 공부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긴 글을 읽어내는 데 목적을 두고 공부를 하면 효과적이다. 독서능력을 향상시키는 공부가 되어야 하기에 긴 호흡을 가지고 장기적 안목에서 공부해야만 성공적인 국어공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어영역이 약한 학생은 문제를 풀 때 특히 비문학 분야, 곧 독서부문에서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독해력이 떨어진다는 말과 같다. 독해력이 떨어지는 학생의 특징은 어휘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어휘력을 짧은 시간에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사전 찾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웬만한 학생이라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충분히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혼자 공부하기가 힘든 경우,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후수업 참여는 말할 것도 없고, EBS나 인터넷 강의도 국어영역 실력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열심히 듣는 것이 좋다. 덧붙여 모국어를 매개체로 하는 국어영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개념학습과 함께 뚜벅뚜벅 걷는 황소의 걸음처럼 국어영역 문제집을 끈질긴 자세로 꾸준하게 풀어낸다면 분명히 괄목상대 할 만한 실력향상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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