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소통으로 소망을 이루다
- 고3 담임교사 진로진학 멘토링 체험기
한영고 교사 김윤하
지윤[가명]이를 처음 만난 것은 고3 담임교사로서의 만남이 시작이었다. 워낙 웃는 낯꽃을 지니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지니고 있어 유심히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설정한 1학기 학부모·학생 상담주간을 이용하여 유쾌하고 설레는 마음을 누르며 2021년 3월 10일 학생과 첫 입시상담을 하였다.
“지윤아, 대학을 가겠다는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인 힘든 고3생활이 시작되는구나. 이제 고3이 되었으니까 당연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겠지?”
담임교사인 나의 물음에 지윤이는 의기소침하여 대답하였다.
“선생님, 저 대학이나 갈 수는 있을지 걱정이에요. 성적도 계속 떨어지고 있어 자신감도 사라져요. 힘들다는 고3 생활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너무나 답답해요.”
실제로 지윤이의 성적은 안타까울 정도로 하락 추세가 뚜렷했다. 전 교과의 성적이 1학년 때 내신 3등 초중반으로 전교 60~70등 수준에서 2학년 때는 3등급 중후반으로 밀려서 학교에서 90~100등 수준이었다. 게다가 대학 입학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는 모의 수능 성적은 내신보다 훨씬 못 미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막하였다.
“지윤아, 너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서 후회 없이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그 성적이 너 자신의 실력이라고 생각해야 해.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너는 중상위권 성적이야. 그리고 지윤아, 성적관리도 중요하지만 장래 진로를 빠르고 정확하게 정해야만 공부도 잘된단다. 진로는 정했어?”
“1학년 때부터 막연하게 약사를 꿈꾸고 그게 아니면 생명과학 연구원을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적도 떨어지니 자신감이 떨어져요. 그렇지만 선생님,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할게요.”
지윤이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을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3학년 담임교사로서 학교생활기록부의 정확한 분석을 통해 진로를 안내하는 것도 필요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구처럼 생활기록부를 자세하게 살펴서 입시와 진로에 대한 멘토링을 해주어야 했다.
지윤이는 실제로 고등학교 입학 이후 환경과학반 동아리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서 학교생활기록부에 약학, 생명과학, 신재생에너지 관련분야의 활동이 주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공학 공부의 기반이 되는 물리학 과목을 이수했고, 전반적인 학교 활동에도 빠짐없이 참여하는 편이었다.
10여 일 지난 후 다시 지윤이를 불렀다. 지난번 상담에 이은 후속 상담이었다.
“지윤아, 지난번 상담에서 지윤이 말을 듣고 선생님도 많이 생각해 보았단다. 지윤이 네가 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물에 물탄 듯이 하는 체만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단다. 담임 선생님 말에 동의하니?”
“선생님, 맞아요. 제 마음을 어떻게 아셨어요. 하지만 놀지만은 않았어요. 다만 제가 생각해봐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만 했지 열심히는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윤아, 오직 너 자신만을 믿어야 한단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희망을 가져야만 공부할 수 있는 존재란다. 더구나 인생에서 딱 한 번 경험하는 고3 수험생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 희망이란 그저 행동하겠다는 자신의 선택이란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공부인지 아닌지, 그 활동이 필요한지 따지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한 번 선택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수험생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생각만 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꼭 의지를 가지고 계획한 것을 실천해야 해. 입시가 끝날 때까지 후회 없이 공부하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선생님도 응원할게.”
학생에게 무한한 희망을 주어야 하는 담임교사로서 지윤이에게 일단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라는 당부를 하였다. 저조한 모의 수능성적으로 인해 정시전형이 아닌 수시전형에서 반드시 대학에 합격해야 할 처지였기에 공부하는 방법보다 정신과 자세를 강조한 것이었다. 그리고 진로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조언을 해주었다.
“선생님이 학교생활기록부를 살펴보니, 지윤이가 2학년 때 교내경시에 참여해 뜬구름 메이커 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것을 보면 과학적인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있다고 생각되는구나. 3학년 때는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수능 공부에 몰입하는 경향이 많기에 교내대회 수상에 대한 경쟁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네가 3학년 학생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없겠지만 뜬구름 메이커 대회에 다시 한 번 도전하고 다른 대회에도 빠지지 말고 꼭 참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생님의 경험을 말한다면 특히 생명과학 분야는 수시전형에 상대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에 경쟁력도 만만치 않단다.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지윤이가 아직 뚜렷하지 않고 확신이 없다면 차라리 진로를 조금 바꾸어 컴퓨터보안 분야를 지망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지윤이가 평소 컴퓨터도 잘 다루는 것으로 보아 적성도 있어 보이고 나아가 수학 교과에 흥미가 있고 물리학 교과도 이수했기에 컴퓨터보안 분야가 안성맞춤인 듯싶구나. 더구나 보안 분야는 4차 산업혁명을 진입하는 시대에 딱 들어맞는 첨단 전공 분야이기에 미래에 유망할 거야. 학교생활기록부 보완을 위해 틈틈이 컴퓨터보안 관련 책도 읽는 독서 활동도 했으면 좋겠다.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장래 취업 면에 있어서는 오히려 컴퓨터보안 분야가 생명과학 분야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분석하여 멘토링을 해야 하는 담임교사 입장에서 이미 정해진 성적과 학교 활동이기에 성적과 학교 활동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성적과 학교 활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했다. 멘토링으로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결국 학생에게 장래 입시와 진로에 대한 나침반 역할을 하리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잘 알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말씀대로 비록 제가 고3 학생이지만 학교 활동에도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지윤이는 담임교사의 지도를 성실히 잘 따랐고, 비록 수능 공부에 집중해야 할 3학년 학생이었지만 담임교사의 지도대로 1, 2학년 못지않게 왕성하게 학교 활동에 참여하였다. 그 결과 뜬구름 메이커 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더욱 전공 선택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문예백일장에서 동상도 수상하여 나름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수능 성적 및 내신 성적은 크게 상승하지 않고 2학년 때의 성적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지윤이는 대입에 반영하지 않아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혀 공부를 하지 않는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전 교과 기준 반 2등, 전교 37등을 하였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담임교사의 지도를 따라서 당장에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은 시험이었지만 흐뭇이 공부하는 자세만은 훌륭하였기에 그 정신을 칭찬할 만했다.
결국 지윤이는 수시전형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성신여자대학교 보안공학과를 비롯한 서울 소재 총 3개의 대학에 그것도 반에서 최초로 합격한 학생이 되어 지도한 담임교사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3학년 담임교사로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학부모·학생 상담주간 같은 공식적인 학교의 상담프로그램을 충분히 이용하여 학생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하여 대학입시와 진로에 대한 멘토링을 진행할 때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교사의 본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을 여유 있게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상황에 공감하는 긍정적인 자세와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 2022학년 한영고 교지에 투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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